예절

에스컬레이터, 한쪽 비워 줄까 두 줄로 설까? 정부가 “두 줄 서기”도 접은 이유

EDITORIAL NOTE 의견이 갈리는 이유와 상황별 선택 기준을 정리한 편집부 가이드입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오른쪽에 서고 왼쪽은 걷는 사람을 위해 비워 둘지, 두 줄로 나란히 설지는 오래된 논쟁입니다. 규정이 정한 것은 줄 서는 방식이 아니라 “운행 중인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지 않기”입니다. 정부도 2026년 9월, 국민 토론회를 거쳐 한때 계획에 넣었던 “두 줄 서기 문화 정착”을 거두고 손잡이 잡기·걷거나 뛰지 않기·안전선 지키기라는 3대 안전수칙 중심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에 서든 걷지 않는다면 규정에 어긋나지 않고, 실제 갈등은 대부분 “비켜 달라”와 “비켜 줘야 하나” 사이에서 생깁니다.

NONRAN 편집부 정리

헷갈리면 “서는 줄”보다 “걷지 않기”로 정하기

  • 어느 쪽에 설지: 정해진 답은 없다. 주변 흐름을 따르되 앞사람과 한 칸 띄우기
  • 걷기·뛰기: 승강기 안전관리법이 이용자에게 지키라고 정한 안전수칙. 급하면 옆 계단으로
  • 뒤에서 지나가려 할 때: 비켜 줄 의무는 없다. 움직인다면 손잡이를 잡은 채로
  • 지나가고 싶을 때: 재촉하지 않기. 사고의 상당수는 비켜 주다 균형을 잃을 때 생긴다

투표 결과가 아닌 편집부의 정리입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의 길고 가파른 에스컬레이터에서 멀리 승객 두어 명이 서서 내려가는 뒷모습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의 긴 에스컬레이터. 구간이 길수록 걸어서 빨리 가고 싶은 마음도, 넘어졌을 때의 부담도 커진다
사진: LERK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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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견이 갈릴까?

한쪽은 “급한 사람을 위한 배려”를, 다른 쪽은 “모두의 안전”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둘 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출발하지만, 배려의 대상이 “바쁜 한 사람”이냐 “같이 탄 모두”냐가 달라 결론이 엇갈립니다.

한 줄 서기를 지지하는 쪽은 멈춰 서는 사람은 어차피 손해 볼 것이 없고, 출근길처럼 1분이 아쉬운 사람에게 길을 터 주는 것이 성숙한 시민 의식이라고 봅니다. 20년 넘게 굳은 습관이라 혼자 다르게 서면 오히려 눈치가 보인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두 줄 서기를 지지하는 쪽은 걷는 사람이 발을 헛디디면 앞사람까지 함께 넘어지고, 걸을 때 발판에 전해지는 충격이 설비에도 무리를 준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법이 원래 “걷지 말라”고 정해 두었는데, 걷는 길을 따로 비워 두는 관행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입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한쪽을 비우는 한 줄 서기와 걷지 않는 두 줄 서기, 두 시선의 근거를 정리한 표
에스컬레이터를 보는 두 시선 (NONRAN 편집부 정리)

실제 이용 방식도 정확히 반으로 갈립니다. 행정안전부가 토론회를 앞두고 공개한 사전학습자료에 따르면, 7개 대도시 성인 1,000명에게 평소 이용 방식을 물었더니 “한쪽에 서고 다른 한쪽으로 걷는다”가 50.1%, “두 줄로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가 49.9%였습니다. 이유도 갈렸습니다. 두 줄로 서는 사람은 “안전을 위해서”(42.4%)를 가장 많이 꼽았고, 한 줄로 서는 사람은 “빠르게 가려는 사람을 배려하려고”(40.1%), “사회적 분위기·습관 때문에”(21.3%) 순이었습니다. 한 줄 서기의 상당 부분이 신념보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 이 논쟁이 쉽게 끝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규정은 무엇을 요구할까?

법이 이용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운행 중인 승강기에서 뛰거나 걷지 않기”이고, 에스컬레이터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줄을 몇 개로 서라는 규정은 없습니다. 즉 한 줄 서기 자체가 위반이라기보다, 비워 둔 쪽을 “걷는 길”로 쓰는 것이 규정과 어긋나는 셈입니다.

승강기 안전관리법 제46조와 행정안전부 고시에 따른 에스컬레이터 이용자 준수사항과 과태료 여부 정리
승강기 안전관리법과 행정안전부 고시로 본 에스컬레이터 이용 기준 (NONRAN 편집부 작성)

승강기 안전관리법 제46조는 승강기 이용자가 지켜야 할 안전수칙으로 출입문에 충격을 가하지 않을 것, 운행 중인 승강기에서 뛰거나 걷지 않을 것 등을 정하고, 같은 법 시행령은 에스컬레이터를 “일정한 경사로 또는 수평로를 따라 위·아래 또는 옆으로 움직이는 디딤판을 통해” 사람이나 화물을 옮기는 승강기의 한 종류로 규정합니다. 세부 수칙은 행정안전부 고시인 「승강기 안전운행 및 관리에 관한 운영규정」 제18조에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는 뛰거나 걷지 않고, 디딤판의 노란 안전선 안에 타며, 손잡이를 잡고, 난간에 기대거나 몸을 밖으로 내밀지 않으며, 유모차나 수레를 가지고 타지 않도록 정합니다.

다만 이 의무를 어겼다고 과태료를 매기는 조항은 없습니다. 같은 법 제82조의 과태료 대상은 검사·자체점검·보험 등 주로 관리주체와 사업자의 의무 위반이고, 이용자 준수사항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처벌보다 “모두가 지키는 안전수칙”으로 설계된 규정이라, 결국 지켜지느냐는 이용 문화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 문제를 단속이 아니라 국민 토론으로 풀려고 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왜 “두 줄 서기”도 접었을까?

어떤 줄 서기 방식을 정해 밀어붙여도 실제 행동이 바뀌지 않았고, 사고의 원인이 줄 모양보다 “걷기·비켜 주기·손잡이 안 잡기” 같은 행동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정부가 정답을 “줄의 개수”에서 “각자의 행동”으로 옮긴 것입니다.

경기도 안산 서해선 초지역 갈아타는 곳의 에스컬레이터 두 대와 옆 계단, 입구 기둥에 붙은 안전수칙 그림 표지
경기도 안산 서해선 초지역의 에스컬레이터와 계단. 입구 기둥에 안전수칙 그림 표지가 붙어 있다. 정부는 이런 바닥표시와 안내표지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사진: LandAndTree / Wikimedia Commons, CC0

에스컬레이터 이용 방식은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1998∼2008년에는 한 줄 서기가 도입돼 2002년 월드컵 무렵 전국으로 퍼졌고, 안전과 설비 문제가 제기되면서 2009∼2014년에는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이어졌습니다. 2015년부터는 특정한 줄 서기 대신 3대 안전수칙을 권고해 왔지만, 제1차 승강기 안전관리 기본계획에는 다시 “두 줄 서기 문화 정착”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사이 1993∼2025년 에스컬레이터 사고 931건 가운데 72.3%가 이용자 과실이었고, 60세 이상이 전체 사고의 53.3%를 차지했습니다.

2026년 8월 29일 열린 “모두의 토론회”에는 국민 20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토론 전후 설문에서 “신속한 이동”보다 “안전한 이동”을 우선한다는 응답이 63.4%에서 76.8%로 늘었고, 두 줄 서기 찬성도 31.4%에서 45.9%로 올랐습니다. 그래도 “한 줄 서기 또는 상황에 따른 유연한 적용”이 52.1%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전문가 발제에서는 실제 이용 행태가 한 줄·두 줄 서기로 비슷하게 나뉘고 해외에서도 이용 방식을 규제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 걸을 때 발판에 전해지는 충격이 커져 설비에 무리가 간다는 점이 함께 제시됐습니다. 행정안전부는 9월 23일 기본계획의 해당 항목을 “3대 안전수칙 생활화 및 이용 환경 개선을 통한 자율적 안전 문화 정착”으로 고치고, 일률적인 두 줄 서기 캠페인과 규제는 더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길거나 혼잡한 구간에 안전요원을 두고, 손잡이 소독기와 바닥표시·안내표지를 늘리며, 어린이·노약자 안전교육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한 줄이냐 두 줄이냐”를 국가가 정해 주는 시대는 끝났고, 대신 “걷지 않기”가 더 분명한 기준으로 남았습니다.

뒤에서 “지나갈게요” 하면 비켜야 할까?

비켜 줄 의무는 없습니다. 오히려 지나가려는 쪽이 재촉하지 않는 편이 규정과 안전 모두에 맞습니다. 행정안전부는 토론회 결과를 정리하면서 사고의 상당수가 줄 서기 방식보다 “비켜 줄 때 균형을 잃어 넘어지면서” 생긴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위험한 순간이 “양보하는 순간”이라는 점이 이 논쟁의 역설입니다.

서울 상봉역 경춘선 타는 곳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승객들이 서서 올라가고 바로 옆에 계단이 있는 모습
서울 상봉역 경춘선 타는 곳.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계단이 있다. 급한 사람은 계단을, 서서 가는 사람은 에스컬레이터를 쓰면 서로 부딪칠 일이 줄어든다
사진: Striker9498 / Wikimedia Commons, CC0

그렇다고 서 있는 사람이 “법대로라면 안 비켜도 된다”며 버티는 것이 늘 정답은 아닙니다. 짐이나 몸 상태 때문에 비키기 어렵다면 그대로 서 있어도 되지만, 여유가 있다면 손잡이를 잡은 채로 한 발만 옮겨 주는 것도 충분히 괜찮은 선택입니다. 핵심은 손을 놓고 몸을 크게 트는 동작을 피하는 것입니다. 지나가고 싶은 쪽은 “죄송한데 좀 지나갈게요”라고 부탁할 수는 있어도, 상대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밀치거나 혀를 차는 것은 곤란합니다. 토론회에서도 “비켜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기다려 주는 문화”가 대안으로 나왔습니다.

이 장면에서 부딪치는 것은 결국 시간과 안전의 우선순위입니다. 바쁜 사람에게 10초는 열차 한 대를 놓치느냐의 문제이고, 서 있는 사람에게는 넘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의 문제입니다. 두 사람 모두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급하면 계단, 에스컬레이터는 서서”라는 공간의 구분이 가장 덜 다투는 해법이 됩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어떻게 타면 무난할까?

서는 줄은 주변 흐름에 맞추고, 손잡이를 잡고, 걷지 않으면 됩니다. 상황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원칙은 같습니다. 서로의 선택을 탓하기보다, 넘어질 일이 생기지 않는 쪽을 고르는 것입니다.

출퇴근 혼잡, 뒤에서 지나가려 할 때, 급할 때, 큰 짐, 아이와 함께일 때 에스컬레이터에서의 무난한 선택을 정리한 표
에스컬레이터, 상황별 무난한 선택 (NONRAN 편집부 정리)

출퇴근 시간처럼 사람이 몰릴 때는 굳이 혼자 다른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앞사람과 한 칸 정도 간격을 두고 서서 가는 것이 가장 무난합니다. 큰 캐리어나 유모차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고, 유모차는 고시상 에스컬레이터 탑승 자체가 금지돼 있습니다. 아이나 어르신과 함께라면 손잡이를 잡게 하고 보호자가 바로 곁에 서는 것이 좋습니다. 사고의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에게서 일어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르신 뒤에서 재촉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배려가 됩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사고통계에 집계된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2025년 한 해 12건이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드물어 보이지만, 행정안전부 자료에서 1993∼2025년 사고의 중상·사망 비중이 65%에 달했다는 점은 한 번의 사고가 가볍지 않다는 뜻입니다.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만나면 “몇 초 빨리”보다 “끝까지 무사히”를 먼저 떠올려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으면 과태료를 내나요?

아닙니다. 승강기 안전관리법 제46조는 운행 중인 승강기에서 뛰거나 걷지 않도록 정하지만, 같은 법 제82조의 과태료 대상에는 이 이용자 준수사항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처벌 조항이 없을 뿐 법이 정한 안전수칙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공항의 평평한 무빙워크에서도 걸으면 안 되나요?

행정안전부 고시는 에스컬레이터와 경사형 무빙워크에서 걷지 않도록 정하고, 무빙워크 전체에는 뛰지 않도록 정합니다. 평평한 무빙워크에서 걷는 것까지 막지는 않지만, 뛰지 말고 끝나는 지점에서 발을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모차나 큰 캐리어를 가지고 타도 되나요?

유모차와 수레는 고시상 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탑승이 금지돼 있습니다(유모차용으로 특수 제작된 설비는 관리자 안내에 따라 이용). 큰 캐리어는 손잡이를 잡기 어렵고 균형을 잃기 쉬워, 토론회에서도 “큰 짐은 엘리베이터”가 대안으로 나왔습니다.

멈춰 있는 에스컬레이터는 계단처럼 걸어 올라가도 되나요?

고시는 검사에 불합격했거나 운행이 정지된 에스컬레이터를 임의로 이용하지 않도록 정합니다. 점검 중이거나 고장으로 멈춘 경우일 수 있으니, 옆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세요.

다들 한 줄로 서 있는데 혼자 두 줄로 서면 민폐인가요?

규정으로 보면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뒤에서 걷던 사람이 갑자기 멈추면 부딪칠 수 있으니, 탈 때 이미 서 있는 흐름을 보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탄 뒤에는 손잡이를 잡고 서 있으면 됩니다.

정리: 줄보다 “걷지 않기”

에스컬레이터 논쟁의 답은 “한 줄”도 “두 줄”도 아니었습니다. 법이 정한 것은 걷거나 뛰지 않기이고, 정부도 특정 줄 서기를 밀어붙이는 대신 3대 안전수칙과 이용 환경 개선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서는 쪽은 주변 흐름에 맞추고, 손잡이를 잡고, 급한 날은 계단을 쓰면 됩니다. 비켜 달라고 재촉하지 않는 작은 여유가 가장 위험한 순간을 없애 줍니다.

이 논쟁의 핵심

  • 한 줄 서기는 “바쁜 한 사람”을, 두 줄 서기는 “같이 탄 모두”를 배려한다. 배려의 대상이 달라 답이 갈린다
  • 규정은 줄 모양이 아니라 “걷지 않기”를 정한다. 그래서 비워 둔 쪽을 걷는 길로 쓰는 것이 핵심 문제다
  • 사고의 상당수는 비켜 주다 넘어지며 생긴다. 양보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배려다

당신은 에스컬레이터에서 한쪽을 비워 두는 편인가요, 두 줄로 서는 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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